어느덧 결혼 8년차.. 어떻게 살고 계신가요?
돌삥
어린 나이에 멋 모르고 결혼해서 벌써 결혼 8년차가 된 유부 입니다.
그냥 사는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서요,
와이프와 저는 84년생 동갑내기 입니다.
군대 있던 시절 와이프 임신으로 철도 들지 않은 나이에 결혼을 하게 되었죠.
그 때로 돌아가 보면, ?보면, 2005년, 저는 철 없는 휴학생+군인 이였고, 와이프는 대학교 4학년 이였어요.
와이프가 임신한 사실을 알려온게 임신 6개월 쯤이였어요. 전화통화를 하는데 울면서 한 첫 마디가
자기야 정말 미안해, 남들은 알아서 조용히 잘 한다는데, 나는 애기를 너무 낳고 싶어
였어요.
전 버럭 화를 냈죠.
무슨 말을 그렇게 하냐고, 나도 너랑 같은 마음이라고 내가 다음주에 휴가 나갈 테니까 일단 혼인 신고 부터 하고, 장인어른, 장모님 뵈러 가자
네.. 남편은 한 번도 장인 장모님 얼굴도 뵌적이 없었어요.
그러곤 휴가를 나와서 혼인 신고 하고, 찾아 뵈었지요.
2006년 군대를 전역하고, 정확히 2주후에 아이가 태어 났습니다. 혼인 신고는 했지만, 아직 결혼식은 올리지 않은 상태라 장인 어른이 결혼식 올리고 나서 같이 살라고 하셔서, 와이프는 친정에 남편은 남편 집에서 살았습니다.
그리고 2007년 2월 결혼식을 올리고 길고 긴 시댁살이가 시작 되었죠.
남편이 가진 돈은 0원, 와이프가 가진돈 200만원 이 전부인 상태로 본가에 작은 방에서 살기 시작 했어요.
남편은 이제 복학해서 대학교 2학년 2학기 였구요.
딸아이가 돌 쯤 되면서 젖을 땜과 동시에 와이프는 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시작 합니다. 생각 보다 벌이가 좋았아요.
우리 은행에서 카드 발급 업무를 보았는데, 며칠 야근 하고 하면 한달에 250만원 정도씩은 벌었었거든요.
그렇게 몇 달 지나다 보니, 와이프 배속에 둘째가 생겼습니다. 또 와이프는 일을 그만 둬야 했고, 본가 사정도 안 좋아 지면서 어머니가 더 이상 아이를 봐주실 수 없게 되었구요.
그 때도 남편 학생이였지요. 아직도 철이 없었어요. 공부안하고, 스펙 안 좋아서 취직을 못 하는 거면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핑계를 대면서 대학원에 진학을 했었으니까요..
그렇게 시간은 흘러 갔습니다. 와이프는 계속 오전 알바도 하고, 애도 보고, 집안일도 하면서 지냈고요.
남편은 대학원 생활하면서 받은 연구비 중 60만원 정도씪 와이프에게 주고, 나머지는 품위유지비(즉 후배들에게 술 사주기)로 달에 80~90을 사용 했습니다.
와이프의 시댁살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시아버지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술을 머리끝 까지 드시는 분이고, 시어머니는 깐깐하기가 하늘 같았으며, 도련님은 말이라고는 한달에 한 두마디 밖에 안하는 시큰둥한 도련님이고, 남편은 돈도 못 벌어 오면서 연구가 바쁘다는 핑계로 집에 잘 들어오지도 않았으니까요.
드디어 남편이 석사 학위를 받을 때가 되었습니다. 와이프는 드디어 남편이 좋은 직장을 가질 것이라고 믿었겠죠.
남편은 석사학위를 받았는데도, 스펙이 딸립니다. 대기업에 들어가서 돈 잘 벌어 올 것 같았던 남편은 작은 중소기업에 취직합니다.
그리곤 2011년 3월 25일 첫 월급을 받아 왔습니다. 세금 떼고 나니 200만원 조금 넘더군요.
아이들도 많이 커서 어린이 집에 모두 맡기고 와이프도 아르바이트를 합니다. 정확히 매달 100만원씩 받았죠.
남편은 월급 받은 날 와이프 손을 잡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결혼하고 나서 처음으로 말이죠.
미안하다며.. 월급이 너무 적다며..
와이프는 말합니다. 아니야, 충분히 많아, 꾸준히 모으면 되니까, 나만 믿고 열심히 회사 다녀.
남편 연봉도 조금 올라서 이제 한 달에 세 후 220만원을 벌어 옵니다. 와이프는 직장을 옮겨서 커다란 대형마트에 정직원이 되어서 한 달에 130만원을 벌어 옵니다.
그렇게 시간히 흘러서 2013년 10월 경,
우려 했던 일이 터집니다. 고부 갈등이죠. 오래 동안 시댁에 억눌려 지내오면서 곪은 것이 터지고 말았어요.
답은 분가 밖에 없었습니다.
남편은 그간 용돈을 조금밖에 안주면서 아끼는, 애기들 옷은 다 얻어 입히면서 아끼는, 먹고 싶은 것 참으면서 아끼는, 와이프를 이해 할 수 없었는데, 분가 하기 위해서 통장들에 고이 모인 돈을 보고 또 눈물을 흘렸어요.
그렇게 힘들게 살면서, 악착같이 돈을 모았더군요. 아직도 정확히 기억합니다. 7천 3백 4십만원.
남편 취직 이후 매달 40만원씩 생활비로 시어머니에게 드린 돈은 고스란히 분가 할 때 밑천으로 2천만원.
처가댁에서 도움 약간, 대략 1억 5백만원 들고 분가 하였습니다.
총 1억 5천만 빌려서 2억 5천 짜리 작은 빌라 하나를 매매 하였습니다.
집 구매 후, 첫 이자가 나가던 날, 크리스마스 이브.. 바로 재정에 구멍이 납니다.
와이프와 함께 더 악착같이 살자며, 통닭 한 마리에 4식구가 나눠 먹으면서 다짐을 했습니다.
며칠이 더 지나면 와이프나 남편이나 31살이 됩니다.
부부 나이 31살에 큰 딸 9살, 작은 딸 7살이 되고, 빚은 많지만 내 집도 있으니 앞으로 더욱 좋은 날들이 되겠죠?
전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회사는 작은 회사지만, 하는 일은 전문직입니다. 거의 매일이 야근으로 새벽에 퇴근하죠, 주말 이틀을 편히 쉬어 본 날이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해야 하는 이유가, 남들보다 열 가지는 더 많거든요.
점심 밥도 잘 먹지 않습니다, 내가 먹지 않은 점심 값으로 어려운 아이들을 후원합니다. 남들 점심 먹고 노는 1시간 동안 더 집중해서 일을 합니다.
결혼을 했을 때도, 첫 아이가 태어 났을 때도, 둘 째 아이가 태어 났을 때도, 취직을 했을 때도, 첫 월급을 받았을 때도 철이 없었지만, 이제 조금은 어른이 된 것 같습니다.
단 한 번도 서로의 능력에 대해 불만을 가져 본 적 없습니다. 서로를 믿기 때문이죠.
믿음 하나로 지금까지 버텨내며 살고 있는 저희 부부를 응원해 주세요.
여기 계신 여러분들은 어떻게 살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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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
오 ... 눈물이 나네요~
나이 31살이라면 아직도 철이 안든다면 안든 나이고 나가 친구들이랑 놀로싶은 나이인데...
너무 훌륭하세요~ 내 자신을 뒤돌아 보게 되고 ...또 더 좋은날들이 있으실거에요~ -
분홍색진주
존경 받을만 합니다 ㅎㅎ
여기 모아에 보면 님 나이에도 바람,도박.등등 골치아픈 사람들때문에 눈물 흘리는 사람들 너무 많은데
아름다우시네요
아이들에게도 모범직인 부모입니다^^/; -
가막새
와이프분 대단하시고. 두분다 서로의 믿음 너무 예쁘세요. 늘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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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루
저랑동갑이신데… 대단하시네요
응원합니다! 2014년엔 더욱 기쁜일이 가득하시길! -
갈기슭
저희 부부와 같은 나이세요.. 저흰 이제 시작인데... 존경스럽고 부럽습니다.. 쭈욱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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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흰
정말 대단하세요 와이프분 존경스럽습니다.
저도 반성하고 가요.
백넌해로하세요^^ -
딸기맛사탕
제 기억에 애기들 옷, 신발 등은 다 얻어 입혔구요, 기저귀는 천기저귀 빨아서 썼구요, 와이프 역시 옷 한 번 제대로 사 입은 적 없었어요. 외식은 거의 하지 않았고.. 아낄 수 있다고 생각 되는 건 모두 다 아꼈어요. 심지어 동네에 모인 폐지도 가져다가 팔아서 저축 할 정도 였으니까요.. 그러면서 많이 싸웠죠. ㅎㅎ 우리가 거지냐고.. 쓸 때는 좀 쓰면서 살자고.. 그러면 와이프가 지금 거지 맞다고. 그러니까 쓰지 말고 살자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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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파랑
잘살고 계시네요 아직 젊고 성실하고 책임감갖고계시니 앞으로 10년만 더 참고 고생하세요 남들보다10년빨리 시작했으니 남들보다 20년은 더 편하실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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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
정말 열심히 예쁘게 사셨네요 앞으로는 더욱더 좋은 일들만 가득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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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메
이글을 보고 내자신을 반성하게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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